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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관하여(4) - 새로운 1초 그리고 협정 세계시잡학사전/시간에 관하여 2021. 4. 5. 22:25반응형
시간대 (Timezone)
지구는 둥글고 자전하기 때문에 나라마다 해가 뜨는 시간이 달라집니다. 나라별로 시간대를 정해서 사용한다면 국가별로 제각각인 시간대를 사용하게 되고, 심지어 어떤 나라는 낮시간이 긴 여름에 시계를 한 시간 당겨 사용하는 일광 절약 시간제(Daylight Saving Time) 혹은 서머타임(Summer Time)이라 부르는 시간대 조정 정책을 도입합니다. 나라별로 제각각인 시계에 따른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통일된 기준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1884년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자오선회의에서는 영국 런던에 위치한 그리니치 천문대를 지나는 본초 자오선을 경도 0으로 설정하고, 경도에 따라 시간대를 설정하게 됩니다. 효율적인 시간대 운영을 위해 국가 영토가 동서로 지나치게 길지 않은 한 같은 나라는 같은 시간대를 사용하도록 하였습니다. 이렇게 정해진 기준에 따라 서울이 오후 8시일 때 베이징은 오후 7시가 되고, 방콕은 오후 6시가 되었습니다. 이때 정해진 그리니치 천문대의 기준 시계를 그리니치 평균시(GMT, Greenwich Mean Time)이라 부릅니다.
우리나라는 한국 표준시(KST, Korean Standard Time)를 사용하며, 그리니치 평균시에 9시간을 더한 시간대입니다. 우리나라가 오후 10시일 때 영국은 오후 1시인 셈이며, 이러한 한국 표준시의 시차를 GMT+9로 표시합니다.
새로운 1초
1분은 60초, 1시간은 60분 그리고 하루는 24시간입니다. 지금까지의 정의로 보면 1초는 1일의 86,400 분의 1에 해당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구의 자전 주기가 일정하지 않아 1일 역시 일정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지구의 자전에 비해 지구의 공전 주기는 안정적입니다. 따라서 1956년 지구의 공전을 기준으로 하여 1초를 새로 정의했습니다. 이 때 정의된 1초는 1년의 315596925.9747 분의 1에 해당하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공전주기 역시 일정하지 않으므로 1900년 1월 0일 12시의 태양에 대한 지구의 상대속도로 계산한 지구의 공전주기를 기준으로 합니다.
새로운 정의는 엄밀하지만, 정확한 측정과 재현이 불가능하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1967년 그 기준이 다시 한번 개정되었으며, 이 정의가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습니다. 엄밀한 정의는 조금 더 복잡하지만 여기서는 생략하겠습니다.
1초 = 세슘 원자가 9,192,631,770번 진동하는데 걸리는 시간
세슘 원자 시계는 매우 정확해서, 6천만년에 1초 정도의 오차가 발생합니다. 지금도 이 오차를 줄이기 위해 연구가 계속되고 있으며, 더 나은 방법이 나오면 1초의 정의가 새롭게 바뀔 수도 있습니다.
협정 세계시 - UTC
자전주기에 따른 오차를 보정하기 위해 1960년, 세슘 원자시계를 기준으로 하는 국제 원자시가 도입됩니다. 도입 초기에는 기준이 되는 시각을 라디오 주파수를 통해 전 세계로 송신하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이후 몇 차례의 개정을 통해 국제 표준이 되는 시간 체계의 자세한 규칙이 정해졌고, 마침내 1972년 1월 1일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협정 세계시(UTC, Coordinated Universal Time)가 도입됩니다.
세슘 원자 시계를 기준으로 하는 협정 세계시 UTC는 자전에 기반한 시계와의 오차를 1초 이내로 유지하기 위해 보정을 실시합니다. 두 시계에 0.9초의 차이가 생길 때 UTC에서 한 달의 마지막 1분을 59초 또는 61초로 하여 오차를 보정하게 됩니다. 이렇게 보정되는 초를 '윤초(Leap Second)' 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 61초가 되는 경우, '23:59:60'이라 표시되는 1초가 생기게 됩니다.
UTC는 엄밀한 규칙에 따라서 정의되고, 오차를 보정합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현대의 모든 컴퓨터는 UTC를 기준으로 동작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자세히 다룰 예정입니다.
윤초
윤초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겠습니다. 윤초는 다양한 원인(달의 인력 등)에 의해 변화하는 지구의 자전 주기로부터의 UTC의 오차를 보정하기 위해 도입되었습니다. 하지만 자전 주기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지구의 자전 주기를 지속적으로 측정하여 보정하게 됩니다. 국제 지구 자전회전 관리국(IERS)은 6개월에 한 번씩 윤초 도입이 필요한지를 결정해 공표하게 되며 UTC기준 매 달의 마지막 날 23시 59분에 윤초가 추가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6월과 12월이 우선적으로 선택되며 그다음으로는 3월과 9월이 우선권을 갖습니다.
1972년 1월 1일 UTC가 도입된 이후 이 포스팅을 작성한 2021년 4월까지 윤초는 총 27회 적용되었으며, 모두 6월 또는 12월에 적용되었습니다. 또한 27회 전부 1초를 증가시키는 형태로 적용되었으며, 1초를 감소시키는 윤초는 지금까지 적용된 사례가 없습니다. 가장 최근에 적용된 윤초는 2016년 12월 31일이었습니다.
시각 표기 방법
앞선 포스팅에서 시각을 표기하는 표준적인 방법으로 '2021-04-04T12:34:56+00:00' 또는 '2021-04-04T12:34:56Z' 형식을 알아보았습니다. 첫 번째 표기 방식의 +00:00은 현재 표기한 시각이 UTC기준으로 얼마나 떨어진 시간대가 기준인가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 차이가 없는 경우, 다시 말해 UTC가 기준인 경우 간단하게 Z로 나타냅니다.
[참고] 그러면 이제 GMT는 없나요?
UTC가 제정되면서 GMT는 국제 표준으로서의 지위는 잃어버렸으며, 영국이 포함되는 하나의 시간대를 가리키는 코드입니다. 하지만 UTC와의 오차가 1초 이내이기 때문에 사실상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마무리
협정 세계시의 도입으로 전 세계가 기준이 되는 하나의 시계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 시계가 있음으로써 세계화에 따라 국제 사회의 교류가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많은 일들이 문제없이 처리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궁금증이 완벽히 풀린 것은 아닙니다. UTC가 있어도 정작 내 시계는 정확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1초를 다투는 수강신청이나 명절 기차표 예매에서 실패를 겪어 보신 분도 있을 겁니다. 이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기 위한 첫걸음으로 다음 포스팅에서는 컴퓨터가 시간을 처리하는 방법에 대해 다루겠습니다.
시간에 관하여
시간에 관한 모든 것 목차 시간에 관하여(1) - 시계와 달력의 12와 60은 어디서 나왔을까? 시간에 관하여(2) - 2월은 왜 28일일까? 시간에 관하여(3) - 날짜를 표기하는 방법 시간에 관하여(4) -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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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관하여(3) - 날짜를 표기하는 방법
재미있는 사실 여기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먼저 문제를 하나 내겠습니다. Q. 9월은 영어로 무엇인가요? 정답은 September입니다. 재미없다고요? September라는 단어는 숫자 9와는 전혀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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