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관하여(2) - 2월은 왜 28일일까?

달력

어렸을 때, 어떤 달이 30일이고 어떤 달이 31일인지 외운 적이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 12개 달이 각각 며칠인지는 누가 정한 걸까요?
• 왜 2월만 28일일까요?

우리는 이 답을 찾기 위해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천문역법

농업이 사회의 기반을 이루기 시작하며 농작물을 심고 거두는 날을 정하는 과정에서 천문 역법이 만들어졌습니다. 시간과 날짜에 따라 변하는 하늘이 기준이 되었는데, 이집트를 중심으로 한 서구권은 태양을 기준으로 한 태양력을, 중동을 포함한 동양권에서는 달을 기준으로 한 태음력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태양력

지구는 자전축이 23.5도 기울어진 채 태양 주의를 공전합니다. 낮 시간동안 태양광이 수직으로 내리쬘수록 에너지를 많이 받아 여름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겨울이 됩니다. 이 사실은 단순히 계절 뿐 아니라 하늘도 다르게 보이는 원인입니다. 계절에 따라 낮의 길이가 다르고, 해와 달 그리고 별들이 뜨는 위치가 달라집니다. 태양 주위를 돌고 있기 때문에 어떤 별자리는 특별한 계절에만 볼 수 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사실로부터 1년이 며칠인지 계산하게 되었고, 현대 달력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태음력

계절이 돌아 원래대로 돌아오기까지 달이 열두 번 차올랐다 기우는 사실로부터 12라는 수를 얻었다는 배경을 지난 포스팅에서 알아봤습니다. 실제 달의 공전주기는 27일 이지만 달이 공전하는 동안 지구도 태양 주위를 공전하므로 약 29.5일마다 달의 위상이 같아집니다. 다만 이렇게 정한 달력은 태양력과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이는데, 이 때문에 19년마다 7번의 윤달을 넣어 날짜를 맞춰야 했습니다. 현대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여기서는 더 이상 다루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따로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로마 역법

기원전 753년, 로마 제국 초기에는 고대 그리스 역법을 기반으로 한 로마 역법을 사용했습니다. 고대 그리스는 농사가 시작되는 3월을 시작으로, 모든 농사일이 마무리되는 12월까지 10개의 달을 사용했으며, 농사와 관계없는 겨울 기간은 날짜를 계산하지 않았습니다.

그리스 역법에 기초한 10개의 달은 지금의 3월을 나타내는 Martius부터 시작해 아래와 같이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괄호 안의 숫자는 당시 각 월별로 할당된 날짜의 수입니다.

 

• Martius(31) : 1년의 시작. 봄이 되고 전쟁을 시작하는 달. 로마의 수호신이자 전쟁의 신인 Mars의 달
• Aprilis(30) : 개화를 나타내는 라틴어 aperire에서 유래.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에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다.
• Maius(31) : 성장의 여신 Maia의 달
• Iunius(30) : 로마의 여신 Juno의 달
• Quintilis(31), Sextilis(30), September(30), October(31), November(30), December(30) : 로마 숫자 5~10 접두사를 바탕으로 각각 다섯 번째 달, 여섯 번째 달, ..., 열 번째 달을 의미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10개의 달은 총 304일로 태양력에 비해 61일이 부족합니다. 로마 2대 황제 Numa Pompilius는 겨울철에 비어있는 61일을 위해 두 개의 달을 도입합니다. 한 해의 시작에 시작을 상징하는 신 Janus의 이름을 딴 Ianuarius를, 한 해의 마지막에 정화를 나타내는 Februa를 딴 Februarius를 도입했으며, 추후에 Februarius가 Ianuarius뒤로 옮겨가게 되면서 지금과 같은 순서가 됩니다. 이 때 각 달의 일수가 아래와 같이 조금씩 조정되었습니다.

3월(31), 4월(29), 5월(31), 6월(29), 7월(31), 8월(29), 9월(29), 10월(31), 11월(29), 12월(29), 1월(29), 2월(28)

태음력 기반의 역법인 만큼 이를 다 더하면 355일로 태양력 기반의 365일과 차이가 있습니다. 이를 보정하기 위해 2년마다 한 해의 마지막인 2월과 다음 해의 시작인 3월 사이에 27일 짜리 윤달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윤달이 있는 달은 2월의 일수를 23일 또는 24일로 줄여서 전체 일수를 맞추게 됩니다. 결국 4년마다 355일, 377일, 355일, 378일이 반복되는 복잡한 형태의 역법이 완성되었습니다.

이후 기원전 153년, 로마 집정관 임기의 시작이 Janus의 달인 1월로 변경되면서 지금의 1월부터 12월 순서로 자리잡게 되었고, 이 때의 달력에서 지금의 열두 달 중 7월과 8월을 제외한 열 달의 이름 유래를 찾을 수 있습니다.

 

현대 양력 달력의 시작 - 율리우스력

기원전 46년, 율리우스 카이사르(Julius Caesar) 황제는 복잡한 기존 로마력을 태양력 기반으로 개정합니다. 이 때의 태양력은 1년을 365.25일로 계산했으며, 기존 로마 역법에서 부족한 10일을 나누어 넣기 위해 29일이던 8, 12, 1월에 2일씩 더하고, 4, 6, 9, 11월에 1일씩 더해 지금과 같은 달력을 만들었습니다. 이 때 2월은 한 해의 마지막으로 윤달 또는 윤일 보정이 일어나는 달이었기 때문에 날짜를 보정하지 않고 28일로 유지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4년 마다 한 번씩 2월에 윤일을 붙여서 2월이 29일이 되는 윤년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했습니다. 이러한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업적을 기려 이 역법을 율리우스력이라 부릅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죽은 뒤 신격화 되어, 기존 열두 달 중 의미가 부여되지 않은 첫 번째 달인 Quintilis(지금의 7월)가 Julius로 바뀌었습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뒤를 이어 후계자였던 옥타비아누스가 왕위에 오릅니다. 옥타비아누스는 다양한 공적을 이뤄 인정받는 황제의 자리에 오릅니다. 이후 원로원으로부터 존엄자 라는 의미의 '아우구스투스(Augustus)' 라는 칭호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선대 왕에 이어 의미가 부여되지 않은 Sextilis(지금의 8월)가 Augustus로 바뀌게 됩니다.

이렇게 바뀐 이름이 지금의 7월(July)과 8월(August)로 남아있습니다.

 

[참고]
7월과 8월이 모두 31일인 점이 규칙에서 벗어나 보이는 점 때문에, 아우구스투스가 자신의 이름을 딴 달을 31일로 만들고자 29일이었던 2월에서 하루를 떼어다 붙였다는 설이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아우구스투스가 집권하기 전, 율리우스가 새 역법을 도입할 때부터 7월과 8월은 모두 31일이었습니다.

 

 

더욱 정교한 역법 - 그레고리력

지구의 공전 주기는 약 365.2422일로 율리우스력에서 사용한 365.25일보다 미세하게 짧습니다. 따라서 긴 세월에 걸쳐 오차가 누적되어 왔으며, 3월 21일이어야 할 춘분이 3월 11일이 되어 있었습니다.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는 이렇게 누적된 오차를 바로잡고 더 정확한 날짜 계산을 위해 새로운 역법을 도입하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율리우스력과 동일하지만 100의 배수가 되는 해의 윤년을 없애고, 조금 부족해진 날짜를 더하기 위해 400의 배수가 되는 해에는 다시 윤년을 넣게 되었습니다. 지난 2000년은 그레고리력에서 도입된 400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윤년인 해였습니다.

그리고 오차 누적으로 생긴 10일을 보정하기 위해 1582년 10월 5일부터 10월 14일까지 10일을 건너뛰어서 10월 4일 다음날이 10월 15일이 되도록 하였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그레고리력이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달력입니다.

 

마무리

이렇게 오늘날의 날짜와 시간이 어떻게 정해졌는지 알아봤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이렇게 정해진 날짜를 어떻게 표기하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시간에 관하여

시간에 관하여(1) - 시계와 달력의 12와 60은 어디서 나왔을까?

시간에 관하여(3) - 날짜를 표기하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