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관하여(6) - GPS와 상대성이론

 

우리는 처음 가 보는 곳도 쉽게 길을 찾을 수 있고, 산에서 길을 잃어도 방향을 찾고 구조를 받을 수 있습니다. 매일같이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내비게이션이 GPS 위치 정보를 얻어서 위치를 알려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우리가 GPS를 사용한다고 요금을 청구하지 않습니다. 누가 만들었길래 이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는 걸까요?

 

GPS

GPS(Global Positioning System)은 인공위성을 사용해 위치 정보를 얻는 위성항법시스템의 일종입니다. 미국이 개발했으며,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해 가면서 시스템을 유지하면서도 전 세계에 무료로 위치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당연하게 이 정보를 사용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1970년대 냉전 시대, 미국은 미사일과 항공기의 위치를 추적하고, 폭격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GPS를 개발했습니다. 당연하지만, 군사용이었기 때문에 민간에서는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합니다. 1983년 뉴욕 존 에프 케네디 공항을 출발해 김포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007편이 소련 전투기에 의해 격추되어 탑승객 269명이 전원 사망했습니다. 당시 비행기는 비행기의 방향과 속도로 위치를 추정하는 관성항법장치를 사용했는데, 이 장치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소련의 비행 금지구역으로 진입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 사고를 계기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국방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군사용으로만 사용되던 GPS를 민간에 개방하는 결정을 내립니다. 하지만 민간과 다른 나라에서 악용하지 못하게 100m에 달하는 오차를 고의로 추가한 상태로 개방되었습니다. 항공기의 항법장치가 개선되고 안타까운 사고가 다시 발생하는 일은 막았지만, 상용화하기에는 어려운 수준이었습니다.

2000년 클린턴 대통령이 고의 오차를 제거한 GPS를 민간에 개방한 이후 모두가 정확한 위치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관련 기술도 더욱 발전하여 현대의 GPS는 수 m 이내의 정확도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위치 계산

GPS는 여러 대의 인공위성과 신호를 주고받으며 거리를 계산하고, 이 정보로부터 삼각측량 기법을 사용해 위치를 계산합니다. 이론적으로 세 대의 인공위성이 있다면 지구 표면의 단말기 위치를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지만, 오차 보정을 위해 한 대의 위성을 더 사용해 총 네 대의 위성을 사용합니다. 여기서 이번 포스팅에서 다룰 주제가 등장합니다. 단말기와 인공위성 사이의 거리를 어떻게 측정할까요?

단말기와 인공위성이 정보 교환을 위해 사용하는 전파는 빛의 속도로 이동합니다. 따라서 신호가 이동한 시간만 측정하면 빛의 속도를 곱해 거리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시간은 어떻게 측정할까요? 신호를 전송할 때, 당시의 시각을 담아 보내면, 받는 곳에서 몇 초가 지났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에는 중요한 가정이 숨어있습니다. 두 곳의 시계가 정확히 같아야 합니다.

신호가 빛의 속도로 이동하기 때문에 시계가 0.01초만 차이나도 3천 km의 거리 오차가 생깁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사용하는 GPS는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맞춰진 시계를 사용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시계를 같게 맞춘다는 게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습니다.

 

상대론

갑자기 상대론이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이 포스팅의 주제는 물리학이 아니기에 깊게 다루지는 않겠습니다.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다음 두 가지를 일단 받아들입시다.

• (특수 상대론) 빠르게 이동하는 물체의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 (일반 상대론) 중력이 강하게 작용하는 곳의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인공위성은 고도 약 20,000km상공에서 지구 주위를 공전합니다. 그리고 이 고도를 유지하기 위해 초속 8km라는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앞선 두 가지 중 특수 상대론에 의해 인공위성의 시간은 지표면보다 느리게 흐릅니다.

인공위성은 지구와 20,000km 떨어져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지구의 중력이 지표면에 비해 약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일반 상대론에 의해 인공위성의 시간은 지표면보다 빠르게 흐릅니다.

인공위성은 이 두 가지 상대론적 효과를 모두 적용받는데, 미세하게 일반 상대론에 의한 효과가 더 커서 인공위성의 시간은 지표면보다 하루에 0.000038 초만큼 빠르게 흐릅니다. 매우 짧은 시간인 것 같지만, 앞서 말했듯 신호는 빛의 속도로 이동하기 때문에 이 오차를 보정하지 않으면 하루 만에 11km에 달하는 거리 측정 오차가 발생하게 됩니다.

과학 시간에 잠깐 등장하는 상대론은 이해하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처럼 사용하는 GPS는 상대론에 의한 오차까지 보정하면서 우리에게 정확한 위치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무리

현대 문명의 또 다른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GPS 기술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엄밀한 시간 측정을 위해 상대론까지 동원해서 인공위성의 시계를 보정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았습니다.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으며 이 외에도 다양한 곳에서 시간에 기반한 기술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상대론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다루며 현대 과학에서의 시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시간에 관하여

시간에 관하여(5) - 컴퓨터가 시간을 다루는 방법

시간에 관하여(7) - 현대 과학에서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