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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자, 머스터드, 와사비, 고추냉이잡학사전/단편 2021. 6. 30. 15:29반응형
겨자, 머스터드, 와사비, 고추냉이.
한 번쯤 들어본 알싸한 맛을 내는 소스인데, 어떻게 다른지 아시나요?
겨자와 머스터드
먼저 겨자는 분류학적으로 십자화과(Brassicaceae)에 속하는 식물입니다. 아래 사진에 나온 것처럼 노란 꽃이 특징인 겨자는 영어로 Mustard Plant라고 합니다. 머스터드는 겨자의 영어 이름일 뿐 같은 식물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먹는 소스는 이 식물의 씨앗을 갈아서 만듭니다. 오리 훈제나 연어, 소시지나 감자튀김을 찍어먹는 노란 소스가 바로 머스터드 소스입니다.
마트 양념코너에서 연겨자, 머스터드, 허니머스터드와 같은 이름으로 팔고 있는 노란 소스들이 모두 이 겨자 식물의 씨앗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가끔 머스터드 소스가 달콤하다고 착각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달콤한 소스는 꿀을 섞어 만든 허니머스터드이고, 기본적인 머스터드 소스는 달지 않습니다. 유명 쉐프들의 요리영상에 가끔 등장하는 홀그레인 머스터드는 이름 그대로 겨자의 낟알(grain)을 갈지 않고 통채로(whole) 담아둔 것입니다.
와사비와 고추냉이
와사비와 고추냉이는 초밥이나 회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초밥 속에 발려져 있고, 횟집에서 간장에 섞어 먹기도 합니다. 겨자가 노란색이었다면, 와사비와 고추냉이는 녹색입니다. 겨자와 머스터드는 같았습니다. 와사비와 고추냉이는 어떨까요?
머스터드가 한국어로 겨자인 것처럼,
와사비의 우리말이 고추냉이 아닌가요?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일단 와사비와 고추냉이는 다른 식물입니다. 겨자와 마찬가지로 둘 다 십자화과(Brassicaceae)에 속하는 식물이지만, 와사비(Eutrema japonicum)는 주로 일본에 서식하며, 고추냉이(Cardamine pseudowasabi)는 주로 한국에 서식하는 다른 식물입니다. 당연하지만, 학명이 다르다는 것은 다른 식물이라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아래 표본 사진을 보면, 두 식물의 잎 생김새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왼쪽: 와사비, 오른쪽: 고추냉이 (출처: 국립수목원) 하지만 와사비의 우리말이 고추냉이라는 문장이 완전히 틀린말도 아닙니다. 이 식물들에 대해 알려지기 시작할 무렵, 국립국어원에서 일본어인 와사비에 대한 우리말 순화어를 고추냉이로 정하면서 문제가 시작됩니다. 고추냉이라는 이름을 가진 식물이 두 개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후 두 식물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한 국립국어원은 우리나라의 고추냉이 이름를 참고추냉이로 바꾸게 됩니다.
????!?!?
(그럼 와사비가 고추냉이고... 우리나라에 와사비랑 비슷하게 생긴 참고추냉이라는게 있는거고... 응?!?!)
다시 학명을 살펴보겠습니다. 와사비의 학명(Eutrema japonicum)을 우리말로 풀면, 고추냉이과(Eutrema) 고추냉이(japonicum)이며, 고추냉이의 학명(Cardamine pseudowasabi)은 황새냉이과(Cardamine) 참고추냉이(pseudowasabi) 입니다. 벌써부터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영어를 잘 하시는 분은 눈치 채셨을 수도 있는데, 참고추냉이를 의미하는 pseudowasabi의 앞 부분 pseudo는 '가짜'를 의미합니다. 이를 직역하면 '가짜 와사비' 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참고추냉이'라고 부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우리말 순화는 분명 중요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면 오히려 역효과가 일어나 혼란을 가져오는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예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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